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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멕시코에서의 전근대와 탈현대의 충격

 

 사빠띠스따 민족해방군(EZLN)의 출현은 정치적으로 뿐만 아니라 이론적으로도 여러가지 문제를 제기한다.  가령, 전근대화 시대에 있어서 현대성의 문제, 탈혁명의 시대에 무장혁명의 유효성 문제, 혁명의 주체로서 멕시코 인디오 농민의 가능성, 세속화 시대에 있어서 종교의 변혁 역할 등이 지적될 수 있다.  지면의 한계로 여기서 우리는 현대성의 문제에 대해서만 제한하여 논의해 보자.   

  치아빠스의 봉기는 1980년대 후반 이후 멕시코의 지성계에서 구름잡듯이 논의되던 포스트모더니즘(post-mordenism) 대 모더니즘의 구도를 하루아침에 바꾸어 버렸다.  멕시코 사회에서 포스트모던니즘론을 열정적으로 토론하던 지식인들 대부분이 일시에 멕시코에는 아직도 모더니즘이 결핍되어 있음을 지적하였다(Cue 1994).   부엘타(Vuelta) 그들의 보수적인 지식인과 집권 여당에 부분적으로 포섭된 넥소스(nexos)의 진보적 지식인들은 이데올로기적 성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모두 현대성의 옹호자로 급변하였다.  

  구미의 포스트모던니즘 논의가 멕시코의 사회 현실과 동일시 될 수 없음을 겸허하게 인정하는 순간이었다.  '심오한 멕시코'의 비참함앞에 '상상적 멕시코'의 화려함은 일장춘몽에 지나지 않은 비현실임을 보여 주었다.  오래 전에 옥따비오 빠스는 현대성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비판하였다.   -우리나라나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생각하면, 우리는 초고속으로 엄청난 비용을 치르면서 진행되는 발전의 관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지나친 물질적 탐욕, 편법과 탈법, 빈곤한 반인간적 사회성, 윤리와 양심의 빈곤, 점점 더 황폐해지는 사회의 실상, 생태적 균형의 파괴, 폐와 정신의 오염, 정서적 상처를 입는 청년층, 버림 당하는 노년층, 부식된 良識(양식)의 파괴, 부패한 상상력, 가치가 폄하된 성, 누적된 쓰레기, 폭발하는 증오, 어떻게 우리는 뒤로 돌아서서 다른 발전 모델을 찿지 않는가?   이것은 긴급한 과제이며 과학, 상상력, 정직함 그리고 감성이 똑같이 요구되는 것이다.  동과 서 어디에서 오던지 지나친 발전모델은 파멸로 이끈다.   현재의 상황에서 발전을 향한 경주는 단지 저주를 받으려는 분주함일 뿐이다.-   

  35년이 지난 오늘날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옥따비오 빠스는 이 현대성을 비판하는 또 '다른 멕시코'의 외침을 시대착오적인 이데올로기라고 단죄하였다.  그러면서도 전근대도 탈현대도 아닌 현실주의자의 입장에서 현대성의 프로젝트를 강도 높게 옹호하였다.  이러한 사고의 변화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35여 년 전 비판적 시인이 보았던 현대의 문제와 오늘 '무지한 '또다른' 멕시코 원주민이 보는 현대성의 문제점 사이에는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사빠따의 전기사가로 유명한 워맥(Womack)은 이미 오래 전에 다음과 같이 지적하였다.  멕시코의 농민은 변화, 즉 근대화를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뽀르피리오 독재 체제에 저항하는 혁명을 시도했다(Womack 1980).   그러나 멕시코 혁명에서 승리한 프로젝트는 사빠띠스따 농민군의 프로젝트가 아니라 근대화 프로젝트였다.

  멕시코 근대국가의 형성과 발전 과정 속에는 두 개의 프로젝트가 오랫동안 대립하여 왔다.  제국주의적, 자유주의적, 근대화 프로젝트와 국민주의적, 통합적, 민중주의적 프로젝트의 대립이 바로 그것이다.   전자의 자유주의적 프로젝트는 노골적으로 농민과 인디오의 문화적 가치와 전통을 부정하려는 정치철학을 함축하고 있었다.  지난 30년간은 바로 이 자유주의적 프로젝트가 멕시코 정치를 지배해 왔다.  

  치아빠스의 농민들은 신자유주의 정부에 의해 배제적 근대화 프로젝트가 지속되는 것을 다시 한번 심각하게 문제 삼았던 것이다.   원주민의 현대성 비판은 포스트모더니즘의 현대성 비판과는 다른 차원에 서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현대성 비판이 극단적 개인주의의 비합리성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면, 원주민의 현대성 비판은 공동체적 가치를 보존하는 합리성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말하자면 치아빠스 원주민의 현대성 비판은 포스트모더니즘의 비합리성에 대한 거부까지 포함한다.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던의 현란한 논쟁 속에 숨어 있는 비합리성의 연속성을 치아빠스는 단호히 거부한다.  치아빠스 봉기는 85년 전 모렐로스의 사탕수수밭에서 터져 나왔던 외침과 마찬가지로 21세기를 향한 서구의 현대성 프로젝트 보다 구체적으로는 멕시코식 근대화 프로젝트의 연속성에 대해 심각하게 의문을 던지고 있다. 

 

2) 치아빠스 봉기가 마지막 반란이 될 것인가?

 

 멕시코 혁명이 러시아 혁명보다 이른 20세기 최초의 사회혁명이란 것을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20세기 말엽에 터진 이 반란이 다시 21세기의 새로운 혁명을 선도하는 유토피아상을 그려낼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그냥 20세기의 마지막 사회적 소요로 기억될 것인가?   한때 멕시코의 비판적 지식인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엑또르 아길라 까민은 치아빠스 봉기가 멕시코의 정치 불안의 첫 장이라고 보기보다는 중미 게릴라의 마지막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Aguilar Camin 1994).   반면 멕시코의 유명한 소설가인 까를로스 푸엔떼스는 치아빠스 봉기를 "최초의 포스트-공산주의 혁명"이라고 명명하였고(Fuentes 1995)  안또니오 가르시아 데 레온은 "새로운 유토피아의 탄생"이라고 평가하였다(Garcia de Leon 1994).  

  치아빠스의 봉기가 어떠한 결말을 맺을지 현단계로서는 미지수이지만, 우리는 이 반란이 멕시코 혁명을 재정의하려는 투쟁의 현단계에서 나온 외침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 기술관료들이 에히도 개혁을 통해 멕시코 혁명의 사망선고문을 선언하려 하였다면, 라깐돈 밀림의 농민들은 혁명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니카라과의 혁명시인인 에르네스또 까르데날은 이런 점에서 '제2의 멕시코 혁명'이 시작되었다고 말했다(Cardenal 1994: 61).

  현단계 멕시코는 국가 또는 민족의 위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체제적 위기(systemic crisis)를 살고 있다고 말할 수는 있을 것이다.  사회가 정치체제나 경제체제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정치체제와 경제체제가 사회의 움직임에 따라야 한다는 소박한 진리를 치아빠스 봉기는 보여 주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치아빠스의 봉기가 불확실한 새로운 세계로의 전환과정에서  '감자부대'인 농민들의 무지스럽게 일으킨 저항이라고 일축할 수는 없다.   지난 500년간 거부당해 온 그들의 문화에 대한 강한 집념, 끊임없이 몰아치는 신자유주의적 근대화에 대한 강한 불신감, 멕시코식의 배제적 근대화 모델이 지닌 비합리성에 대항한 최초의 사회적 저항이라고 볼 수 있다.  아마 이것이 치아빠스 봉기의 이면에 쓰여 있는 진정한 의미일 것이다.   평면적인 조합으로는 도저히 그려낼 수 없는 그래서 한꺼번에 파편적으로 분출한 깨어진 거울의 실상을 모두에게 보여준 것일 수도 있다.   치아빠스는 보다 '존엄성'이 있는 미래를 향한 하나의 도약을 꿈꾼다.  치아빠스에서 "개미들의 전쟁"은 불가능한 것을 꿈꾸는 것이 아직도 가능하며 그리고 미래의 향수로서 인식된 희망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사건이다. 

  확실한 것은 1994년 정초 이후 깨어진 것은 멕시코의 평화가 아니라 멕시코의 침묵이며, 이 각성한 '메히꼬 브롱꼬'(Mexico bronco: 거친 멕시코)는 구세대가 이루지 못한 것을 회복하기 위하여, 그리고 그들 자녀들의 미래를 위하여 투쟁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의미에서 치아빠스 반란은 부당하게 당하고만 살아오면서 황폐해진 치아빠스 사회의 실상을 새롭게 병치시키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어줍잖은 이 글을 읽고, 멕시코 현지 교포들과 멕시코 유학생,한국, 호주, 독일에서 몇 분의 이메일을 통한 요청에 따라, 다음 달 부터는 멕시코 혁명의 시작과 그 이후에 대한 글을 다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mail: lawfirmeastbay@gmail.com

 

감사합니다.

 

제임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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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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